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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리뷰를 빙자한 일기

대사 위주로 살펴본 나의 헤어질 결심

by 료정e 2022. 10. 20.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나의 첫 축제 대장정이 끝났다.

S팀장 키즈로 여기까지 왔는데(내가 싫다고해도 어쩔 수 없는 불변의 진실) 

그간 얼마나 지독하게 버텼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외로운 시간이었고

지나고보니 사소하게 지나친 것에도 후회가 막심하다.

 

그래도 나름의 성취감이 있었고,

또 다른 관점의 생각이 피어나고 한뼘 더 자라난 나를 응원한다.

 

늘상 시즌에 겪듯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공허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번엔 그래도 조금 더 빨리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독서모임에 합류했다.

다시 무기력의 늪에 빠지지 않게 열심히 발버둥 쳐야겠다.

 

그간 개인일정으로 모임에 너무 많이 빠졌기에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제 3진 아웃 제도가 도입된단다.

큰일이네 당장 다음주 목요일도 저녁 선약이 있는데 깜박ㅠ

여튼 내가 없는 근 한달간 영화를 주제로 다들 글 쓰기를 하고 계셨다. 

나만 이제 걸음마 뗀 아이 마냥 막 시작했다.

어제 오랜만에 참석한 독서모임이 끝나고 새벽5시 기상 알람을 맞췄고,

일찍 일어나 파코기에 접속해 다른 약 250여명의 사람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하고, 노트북을 열었다.

 

첫 영화로 방장님은 쉬리? 였던가 동감? 이었던가 으 기억이 안나ㅠ

여튼 꽤 예전 영화(1997년 작이라고 했다)를 썼다고 하던데,

나는 비교적 최근에 본 헤어질 결심에 대해 작성하려고 한다.

 

내가 영화를 보고싶었을 땐, 영화관에서는 이미 사라지는? 추세라 집에서 결제하고 봤다.

내 사이버 절친 수국이가 스포를 하는 바람에(탕웨이의 발음 흉내)

몰입을 방해해서 엄청 끊어서 짧게 짧게 시청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 수 많은 리뷰들이있고, 

상징적인 색상과 물건으로는 신발, 자연으로는 산과 바다, 안개, 1부와 2부 사이 조연들의 변화 등등 

다양한 해석과 관점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그냥 내가 와닿았고 계속 떠오르는 대사와 생각을  끄적이려고 한다.

 

영화는 극중 해준 역할의 박해일이 서래(탕웨이)에 대한 감정에 대해 

믿음에서 의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꾸준히 그려가고 있고,

그 와중에 둘의 미묘한 감정씬과 주변의 사건들이 하나 둘씩 이어지는 구조였다.

 

#해준 :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거야 

*

이 말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던지, 나이가 들고 주변 곳곳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들이 많이 생겨난다.

가장 최근에는 주감독님의 죽음이 그랬다. 꽤 어려 해 뵈었지만 작년들어 진심으로 가까워지고 싶다고 이야기드렸고,

마침내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엔딩이 왔다.

개구진 톤으로 효정아 집(경주)에 가야지 하시던 목소리가 내내 귓가에 맴도는데 서서히 물드는 슬픔이 어떤건지 알것같다.

 

#서래 : 마침내

#서래 :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마음)을 가져다주세요

*

나도 마침내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날이 갈수록 더 미지의 퀘스천 마크만 커진다.

#수완 : 살인은 흡연과 같아서 처음만 어렵다(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참는 것이니 살인 역시 그러하다)

*

사실 이말은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시리즈물을 보는데 마약, 살인 등등의 것들을 이상하리만치 친숙하게 표현하고 사람을 무덤덤하게 만든다. 요즘 보디패커 사망이라던가 국내 뉴스에서도 마약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인지 부정적 인식이 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명쾌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과연 나는 어떤 실수를 매번 반복할까? 라는 의문도 살짝 들었고,

문맥상 맞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처음만 어렵다는 건 시작이 반이라고 긍정적 구조를 억지로 되내어본다.

 

#해준 :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서래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

그렇다 겁나 만만하고 나쁘더라. 근데 둘다 극중 역할이 이상한데 너무 매력적이야. 

 

#서래 : 한국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

좋아하기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다양한 상황에 놓이는 여러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규정짓고 단정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폭풍의 시간을 지내면서 내 주변에 나를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꽤 많다고 느꼈는데,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해준과 서래의 관계처럼 나누고 규정지을 순 없지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라는것이 꽤 사람을 성가시게도 하지만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에.

이 대목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떤 모양으로 나눌 수 있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깊게는 못들어가고

단순히 동그라미, 세모, 네모 만으로 나눌 순 없긴했다. 

 

#서래 :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해준 :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해준 :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

크~ 나왔다 붕괴! 묘한 단어 설정에서 희안하게 몰입되더라.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해준 : 왜 그런남자와 결혼했냐

#서래 :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

모호한 감정에 저울질을 해대는 대사였다. 또 영화의 제목이 대사로 나오면서 붕괴 이후로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하는 장면과 대사였다.

 

#서래 : 난 해준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서래 : 날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

뭐래~ 뭐라는거야 근데 왜 이렇게 뭉클하고 와닿냐고. 연애를 영화랑 드라마로 배워서 그런가 너무 몰입되잖아요.

난 누구의 미결이 되고싶은걸까.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서 오랜기간 회자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정훈희 데뷔곡 : 안개 

# 마르틴 베크 <발코니에 선 남자>

*

누군가의 리뷰에서 봤는데 페르발뢰와 마이셰발 2인조 부부작가가 썼더랬다 

  1. 처음에 줄거리는 각자 30분씩 아이디어를 꺼내 뼈대를 작성하고
  2. 상호교환해서 살을 붙이며 작품 전체를 작성했다고 한다

글을 쓴 방식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누군가와 함께 도전해 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위시리스트가 하나 생겼네. 오늘의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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