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이드 잡 같은 본업 이야기

예술인패스로 관람한 MMCA : 최우람, 임옥상

by 료정e 2022. 12. 3.

국립현대미술관 관람료 4천원은 예술인패스 플러스 신분증과 맞먹는다.

 

남들은 틈틈이 쓴 연차. 

나만 차고 넘쳐서 12월은 쉬는 날 투성이가 될 것같다.

급여는 줄고 씀씀이는 늘어나 빈곤하지만 풍요로운 12월.

 

여지껏 늘 관람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친절한 고객 서비스로 무료 입장하고 기분 좋게 관람한 국현.

입장부터 전시까지 너어무 좋았다.

 

MMCA 현대차 시리즈 <최우람>

여기, 일어서는 땅 <임옥상>



#1. 최우람 

<원탁>

오랜만에 찾은 서울박스 중앙에는 검은 원을 받치고 있는 허수아비 같은 지푸라기들이 있었다.

몸체만 가진 18명?의 그들은 서로 하나의 둥근 원(머리)을 갈망한다.

머리를 가지려 몸체를 드는 순간 원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구조.

그 위로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검은 새 3마리가 배회하고 있다.

 

<작은 방주>

그의 시그니처인 철제와 다소 의외였던 폐 종이가 동원된 상징적인 방주.

방주 위에 위치한 <등대>와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두 선장>

힘 없이 축 늘어진 <천사>와 그의 그림자 셋.

 

<URC-1>, <URC->

자동차의 전조등과 후미등을 조립해 탄생한 원형 작품.

익숙한 이미지인데? 파편화 된 조각들을 천천히 살펴보니 자동차의 그것이다.

쓸모를 다했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작가님의 손길로 다시 태어났다.

 

URAM 작가님, 기획자님 못 뵙고 연락 못드린지 오래다.

내성적인 내가 외향적인 척 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유없이 연락드리는 것도 결례고 실례인 것 같아.

아니 무엇보다. 연락을 한데도 화제가 없으니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잖아.

그래도 그 분들과 짧은 기간이나마 대화하고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영광이었다.

또 그런 날이 올까?

 

<샤크라램프>(2013) 관람하시면서

우측 깊숙이 숨어있는 <알라 아우레우스 라티비타스>(2022)도 놓치지 마세요.

 

차가운 금속의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그로테스크 한 이미지가 강했던 최우람 작가님 작품, 

그간의 작품보다는 다소 대중적인 이미지를 풍기며 다가왔다.


멋있다. 그냥 막 멋있다.

원래 좋아했는데요, 이번에 전시된 작품과 인터뷰 영상보고 더 반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nY0QU0rn4 

 

#2. 임옥상

<검은 웅덩이>

미술관 중정은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다소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곳에 허리까지만 땅 바깥으로 나온 진격의 거인?과 검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2022년 신작으로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보니 제작 당시에는 푸릇푸릇 했는데,

어느 덧,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 지금은 생기를 잃은 잔디. 

문득,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흙의 소리>

이 또한, 신작.

거대한 머릿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스피커를 통해 숨소리를 듣게 된다.

왠지 모르게 안락하고 포근해.

안으면 포근해(포근한거 알지? 우리 구씨가 멜로가 체질에서, 안으면 포근하다 그랬어.)

 

<여기 일어서는 땅>

벽면을 가득채운, 패널 36개를 짜 맞춘 12*12m의 거대 작품.

그 규모에 압도된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 논에서 작업했다고 한다.

지난주에 파주 장단콩축제를 다녀왔는데, 맥락없는 반가움.

 

흙이라는 다소 다루기 어려운 재료를 작가님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재료 간의 접착과 이래저래 무게가 꽤 될텐데 벽면에 설치한 방법도 궁금하다.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삶의 무게를 더해가고 싶은데,

아직 많이 얕다.

생각의 깊이도, 어휘 구사력도, 통찰력도.

 

피한다고 될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풀지 못한 실타래를.

마주하고 대면하기 싫은, 지금 직면해 있는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하면 좋을까.  끝.

 

글을 마쳤는데, 대면 요청이 왔다. 어쩌지. 

어쩌긴, 일장일단. 

내 커리어니까 내가 원하는 쪽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 진짜.  끝.



댓글